택배기사

개요[편집 | 원본 편집]

  •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택배 – 택배 기사는 대부분 CJ 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 대형 택배회사의 지역 대리점 등의 명칭을 내세운 “협력업체”와 위·수탁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한다. “협력업체”는 대개 대기업인 대형 택배회사의 이름을 내세우며 “정규직”, “월 450만 원” 등의 화려한 조건을 내세운 구인 광고를 게시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택배 기사가 정규직 근로계약 형태로 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택배 기사는 처리한 택배 물량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지급받으며,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 또한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도록 강요받는다.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노동관계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사업주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 택배 기사들의 처우는 과거부터 ‘현대판 노예’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만큼 <직장갑질119>에는 부당한 위·수탁 용역계약 조항의 문제로 도움을 청하는 택배 기사들의 상담 사례가 여러 건 접수되어 왔다. 상담 사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루하루의 일을 통해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할 때 얼마나 잔인하고 부조리한 결과가 발생하는지, ‘노동법 사각지대’의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열악하고 구제수단이 미비한지 잘 알 수 있다.

택배기사들이 겪는 갑질[편집 | 원본 편집]

‘취업 사기’에 가까운 열악한 근로조건[편집 | 원본 편집]

  • 상담을 신청한 택배 기사들은 공통적으로 ‘월 450만원’, ‘정규직’ 등의 구인 공고가 ‘취업 사기’라고 느껴질 만큼 열악한 근로조건을 호소했다. 급여는 ‘월 450만원’ 식의 고정급이 아니라 택배 1건 당 일정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지급되는데, 수수료는 대부분 1건당 1,000원을 넘지 않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 협력업체에서 ‘조금만 숙달되면 월 400, 500을 벌 수 있다’는 식으로 장밋빛 수입 전망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실제 업무 강도와 근로시간에 비해 수입은 굉장히 낮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여기에서 기본적으로 기사가 개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차량 유류비 등 각종 차량유지비용을 빼야 한다. 또한 일부 협력업체의 경우 기사에게 대출을 알선해 택배 운송 차량을 구입하게 하는데, 이렇게 대출받은 대출이자까지 빼면 월 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준이 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 높은 업무 강도와 긴 근로시간으로 허리 통증 등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과도한 해지 위약금 조항으로 인한 ‘강제 근로’ 또는 ‘임금 체불’의 문제[편집 | 원본 편집]

  • 특히 대부분의 택배 위·수탁 용역계약에는 계약 해지 시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도한 위약금을 물리도록 하는 독소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관련하여 가장 공분을 일으켰던 상담 사례 중 하나는, 택배 기사가 허리를 다쳐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회사가 3개월간 해당 기사가 처리해야 하는 택배 물량을 ‘퀵서비스’로 처리했을 경우 드는 비용으로 환산해 1일 15만원을 차감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사안이다. MBC, 사표 내면 손해배상 1천만원 청구…황당한 택배회사(2018. 3. 23.자)

  • 해당 택배 기사는 회사로부터 미지급 임금 270만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갑자기 일을 그만둠으로써 손해를 입었으니 1,00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받고 상담을 요청해 왔다.

  • 만약 택배 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위와 같은 계약 조항을 근거로 월급의 3배가 넘는 위약금을 청구하는 등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하여 근로를 강요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 예정 금지 조항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정한 강제 근로의 금지 조항에도 위반된다. 즉, 택배 기사는 설령 계약서에 계약 해지 시 1,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업체에 대하여 미지급 임금 및 연체 이자를 청구할 수 있고(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제37조 제1항), 위와 같은 권리 구제를 위하여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진정 등을 제기할 수 있다.

  • 그런데 우리 법원은 근로자성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 위·수탁 용역계약을 체결한 택배 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사례가 많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2다57040 판결 등). 더욱이 택배 기사는 자신이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지시·종속 관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즉, 근로기준법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성이라는 거대한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용자는 실질적으로 근로자인 사람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명목을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용역계약으로 명명하고, 임금체불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과도한 위약금 약정을 강요하는 것이다.

  •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따라 구제 회사의 위약금 지급 강요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4호, 시행령 별표 1의2 제6호 라목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 중 “불이익 제공”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실제 <직장갑질119> 상담 사안 중 위 점을 주장하는 신고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공정거래법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결국 위·수탁 용역계약을 ‘대등한 시민들 간의 계약’으로 바라보는 전제하에 민법상 계약 무효 사유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민법상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불공정한 법률행위”,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등” 등 계약 무효·취소 사유들은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즉,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으면 해결책이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택배 기사에 대한 직장 갑질이 횡행한 것 또한, 이렇게 기댈 곳 없는 택배 기사들의 처지를 악용하는 사업주들 때문일 것이다.

  • <직장갑질119>의 상담 사례 중 현재 대법원 판례상 근로자성의 표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갖추고 있는 일부 사례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체불임금 진정 과정에서 계약 해지 위약금은 무효로 하고, 미지급 임금은 지급한다는 취지의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가 있지만, 지입차주 등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힘든 사안의 경우 아직도 뾰족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택배 기사의 직장 내 괴롭힘 해결 방안[편집 | 원본 편집]

  • 위 사례 외에도 택배 기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는 택배 분류 등 급여가 지불되지 않는 업무를 무상으로 수행할 것을 강요하는 문제, 업무 과정에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해주지 않는 문제, 과도한 물량 처리를 강요하는 문제 등 매우 다양하다. 택배 기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더욱 빈번하고 가혹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택배 기사가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라는 점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직업 환경에서의 각종 어려움이나 비용, 위험성 등은 오롯이 개인에게 떠맡겨진다. 힘들고 벌이가 적어 택배 기사가 일을 그만둔다면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개선해 신규 채용을 유도하여야 하지만, 오히려 아프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택배기사에게 ‘퀵서비스 처리 비용’을 부담시켜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근로조건의 개선은 요원한 일일 뿐이다.

  • 때문에 근본적으로 택배 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택배 기사들 또한 노동법상 구제 조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사회경제적 생존을 이어 나가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고,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설령 현행 판례상 근로자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더라도, 일하는 과정에서 안전과 건강이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일하다 아프면 쉴 수 있고,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지 않아도 그만둘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호가 절실하다. 생존을 위하여 반드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최소한의 보호조차 제공하지 않는 사회는 노동에 대한 존중은커녕, 인간의 존엄마저 무시하는 사회일 뿐이다.